남인도의 찬란한 힌두 문명을 찾아가는 건축·예술 여행
북인도의 골든트라이앵글(델리·아그라·자이푸르)이 무굴 제국의 이슬람 건축을 보여준다면, 남인도 여행(마두라이-체티나드-방갈로르-함피)는 그와는 다른 결의 인도, 즉 드라비다 힌두 문명의 건축과 문화를 보여줍니다. 판디아·촐라·비자야나가라, 세 왕조가 세운 거대한 사원과 왕궁을 살펴보는 밀도 높은 남인도 건축·예술 여행입니다.
타밀나두 남부에 위치한 마두라이는 판디아 왕조의 수도로 2,500년 넘게 번성해온 고도(古都)입니다. 도시의 심장인 미낙시 암만 사원은 시바의 배우자 미낙시 여신을 모신 사원으로, 수천 개의 채색 조각으로 뒤덮인 거대한 고푸람(탑문) 여러 개가 도시 스카이라인을 지배합니다. 밤늦게까지 순례객과 상인들로 붐벼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19~20세기 초 미얀마·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무역으로 부를 쌓은 체티아르 상인 공동체의 고향입니다. 이탈리아 대리석, 버마 티크목, 벨기에 유리 등 세계 각지의 자재로 지은 대저택들이 좁은 골목마다 늘어서 있어 '인도 속 작은 유럽'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후추와 스타아니스를 강하게 쓰는 매콤한 체티나드 요리로도 유명한 지역이라, 로터스 팰리스 같은 헤리티지 호텔에 묵으며 현지 미식을 경험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11세기 남인도를 호령한 촐라 왕조의 수도였던 탄자부르에는 라자라자 촐라 1세가 세운 브리하디스바라 사원이 있습니다. 단일 화강암 덩어리로 만든 정상부 돔을 얹은 약 60m 높이의 비마나(탑)는 당대 건축·공학 기술의 정점으로 꼽히며, 갠가이콘다촐라푸람·다라수람 사원과 함께 '촐라 왕조의 살아있는 대사원들'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촐라 시대의 청동 조각과 탄자부르 회화의 본고장이기도 합니다.
카베리강 유역에 자리한 트리치(티루치라팔리)는 촐라·나약·나바브 왕조가 차례로 거점으로 삼았던 교통·종교의 요충지입니다. 도심의 거대한 바위 요새(록 포트)와, 카베리강 섬에 자리한 스리 랑가나타스와미 사원이 상징적인 볼거리입니다. 일곱 겹의 성곽과 화려한 고푸람으로 둘러싸인 이 사원은 힌두 사원 중 부지 면적 기준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힙니다.
카르나타카 중부, 퉁가바드라강을 낀 함피는 14세기부터 1565년 딸리코타 전투로 몰락하기 전까지 남인도 최대 제국이었던 비자야나가라의 수도였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바위 언덕 사이로 사원, 왕궁, 시장터, 코끼리 마구간의 잔해가 흩어져 있는 풍경은 인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Group of Monuments at Hampi)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정교한 돌 수레 조각이 있는 비자야 비탈라 사원과 지금도 참배객이 찾는 비루팍샤 사원이 대표적입니다.
남인도 일정이지만 국제선이 델리를 경유하는 만큼, 첫날과 마지막 날 델리의 얼굴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인도 국립박물관은 인더스 문명 유물부터 간다라 미술, 촐라 왕조 청동상까지 인도 전역의 역사를 압축해 보여주는 곳이라 남인도 여행 전후로 맥락을 잡기에 좋습니다. 꾸뜁 미나르는 델리 술탄국의 시작을 알리는 탑으로, 높이 약 73m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벽돌 미나레트입니다.